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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로그/독서노트

인간화된 신 - 레자 아슬란 저/강주헌 역

by noa_xyz 202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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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화된 신 - 레자 아슬란 저/강주헌 역 | 세종서적 | 2019년 02월 25일 | 원서 : God: A Human History (2017)

 


 

이 책은 우리가 신을 어떻게 인간화해왔는지를 다룬 역사인 동시에, 인간의 강박적 욕망을 신적인 것에 억지로 떠안기는 충동을 중단하고, 신에 대한 '범신론적' 견해를 더욱더 발전시키자고 호소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뇌는 일정한 유형의 믿음만이 '사라지지 않도록' 허용할 뿐이다. 부아예의 연구에서 어떤 사상이 '약간' 이례적일 경우에 우리가 그 사상을 흡수해서 계속 보유하고 공유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어떤 대상에 대한 한두 개의 기본적이고 직관적인 추정을 뒤집는 사상이 기억되고 전달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리스 신들을 처음에 형상화한 모습은 요즘 박물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늠름한 조각상이 아니라 아무런 형태도 없는 나무토막이거나 돌덩어리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표현체에 불과했다. 달리 말하면, 신의 혼을 표현하려고 했지 신의 물리적 형태를 표현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헤라는 아르고스라는 항구 도시에서는 돌기둥, 사모스섬에서는 나무판으로 표현되었다.

 

시바는 리그베다에서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은 미약한 신으로 존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베다 이후 문헌, 특히 『우파니샤드』와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에서 시바는 힌두교 만신전에서 점점 높이 올라가며, 그 과정에서 그가 대체한 다른 신들의 속성과 자질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제 시바는 창조자이자 파괴자, 치유자이자 괴롭히는 자, 금욕주의자이자 향락주의자, 폭풍의 신이자 춤의 왕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마르두크와 아슈르, 아몬-레와 다른 모든 최고신이 그랬듯이, 야훼도 이스라엘의 만신전에서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감에 따라 다른 신들의 특성과 속성을 차례로 흡수했다. 따라서 성경에서 왕이 사용한 주된 프로파간다 수단인 시편에서 보듯이, 야훼는 하늘의 왕으로서 엘의 역할까지 흡수하며 과거에 엘이 그랬듯이 옥좌에 올라 신들의 모임에서 신들에게 둘러싸여 지냈다.

 

이 책은 종교의 역사를 다룬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인류가 상상한 신이라는 존재의 역사를 다루었다.

 

 

1.

책은 '신'이라는 개념의 역사를 추적한다. 그 탐색에서는 무수히 많은 역사와 문화가 함께 상기된다. 그러나 상기조차 되지 못한, 더욱 많은 수의 역사와 문화가 있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그 많은 단절과 유실을 아쉽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작은 지류가 수없이 모여 비로소 주류가 되었음을 주지한다. 그것은 위안이 될 수 있었다.

 

내게 신적인 것은 영원성이다. '나' 혹은 '자아'라고 하는 것에 생을 초월하며 불변하는 무엇(예를 들면 영혼)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없다고 안다. 그러나 어느 날은, 인류사가 미래에 '영원성'이라는 것을 속성으로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것에 기여한다면 내가 이미 없고 잊혀도, '나'는 영원성을 지닌 무엇의 일부가 되리라는 사실을 생각했다. 그 '기여'의 기전을 구체적으로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활발히 무언가를 행하며, 세상에 어떤 영향이든 미치며, 그것의 인연의 고리가 언젠가 영원성의 획득에 이를 것을 믿는 것이다. 그것은 말하자면 삶에 대한 태도이고 개인적인 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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