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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4

예술로서의 문학 (욘 포세, 『3부작』) **  3부작 - 욘 포세 저/홍재웅 역 | 새움 | 2019년 10월 04일 | 원제 : Trilogien (2014)    나도 너무 늙었나 봐, 알레스가 말한다세월이 너무 빨리 흘러버렸어, 그녀가 말한다살아 계실 때는 나이 든 어머니를 전혀 보지 못했는데, 이젠 자주 보는구먼, 그녀가 말한다이유를 모르겠네, 그녀가 말한다이젠 나도 늙었나 보군, 그녀가 말한다늙었어, 그래, 그녀가 말한다말을 말아야지, 그녀가 말한다  1.문학은 무엇보다 예술의 한 장르이다. 소설을 읽으며 깨닫는다.이처럼 예술로 쓰인 글을 번역을 거쳐 읽을 때면, 그럴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는 여러 감상이 갈마든다. 무엇보다 '그들'과 나 사이의 벽이 안타깝다. '그들'에는 저자와 작중 인물들 그리고 그들과 언어문화적 공동체를 함께하는.. 2024. 9. 18.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위하여 (김영하, 『작별인사』) ** 작별인사 - 김영하 저 | 복복서가 | 2022년 09월 05일    인간과 기계의 결합은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것들을 설계한 건 우리지만 우리도 기계에 맞추기 위해 우리 자신을 꾸준히 변화시켜왔어. 로봇 청소기가 잘 돌아다닐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앴고, 자연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초기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마치 로봇처럼 말하곤 했던 거 기억 안 나? 우리는 곧 당신의 의식과 기억을 클라우드에 올릴 것이고, 그게 완료되면 당신은 몸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의 인공지능 의식과 소통하면서 전 세계에 깔린 수조 개의 카메라, 마이크, 각종 센서 들을 통해 모든 걸 보고 들을 수도 있습니다. 한번 이걸 경험하고 나면 오히려 예전의 불편했던 몸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고.. 2024. 9. 18.
작품의 컨셉이 된 비합리성 (프란츠 카프카, 『성』) **  성 - 프란츠 카프카 저/이재 역 | 열린책들 | 2015년 03월 15일 | 원제 : Das Schloss (1926)    놀랍게도 날은 이미 저물어 칠흑같이 깜깜했다. 그렇게나 오랫동안 돌아다녔나? 그의 계산으로는 불과 한두 시간쯤이었는데. 게다가 그는 아침에 떠나지 않았던가. 시장기도 전혀 없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변함없이 대낮처럼 환했는데 지금은 어느새 깜깜했다. 「해가 짧구나, 해가 짧아.」 K는 혼자 중얼거리며 썰매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여관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갑자기 웃으면서 〈어쩌면 이 밑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죠〉라는 말과 함께 K 쪽으로 몸을 깊이 구부려 그에게 살짝 키스하고는 다시 벌떡 일어서더니 짐짓 상심한 듯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여기엔 없네요.」.. 2024. 5. 14.
다른 존재가 되는 것과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김초엽,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 김초엽 저 | 블러썸크리에이티브 | 2022년 07월 11일    어떤 사람들은 지금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를 꿈꿔요. 그런 욕망 중 쉽게 승인되는 것들은 거대한 시장을 이루죠. 하지만 승인받지 못한 욕망들도 결국은 어디론가 흘러들어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어요. 그런 갈망은 쉽게 떨쳐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수브다니는 몸을 바닷물에 담그고 있었어요. 팔꿈치 아래쪽의 피부는 다 녹슬어 있었죠. 여름의 태양이 수브다니의 금속 피부 위로 아주 맹렬하게 쏟아졌고, 빛을 반사하는 수브다니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어요. 수브다니는 〈변화의 실행〉을 재현하고 있었어요.  1.캠퍼스 내 공원에는 마치 방치되어 붉게 녹슨 채 서 있는 조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풍화되고.. 2023.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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