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로그/독서노트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 김초엽 저

by noa_xyz 2023. 6. 13.
728x90
728x90

 

 

*

*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 김초엽 저 | 블러썸크리에이티브 | 2022년 07월 11일

 

 


 

 

어떤 사람들은 지금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를 꿈꿔요. 그런 욕망 중 쉽게 승인되는 것들은 거대한 시장을 이루죠. 하지만 승인받지 못한 욕망들도 결국은 어디론가 흘러들어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어요. 그런 갈망은 쉽게 떨쳐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수브다니는 몸을 바닷물에 담그고 있었어요. 팔꿈치 아래쪽의 피부는 다 녹슬어 있었죠. 여름의 태양이 수브다니의 금속 피부 위로 아주 맹렬하게 쏟아졌고, 빛을 반사하는 수브다니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어요. 수브다니는 〈변화의 실행〉을 재현하고 있었어요.

 

 

1.

캠퍼스 내 공원에는 마치 방치되어 붉게 녹슨 채 서 있는 조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풍화되고 색이 변하도록 의도된 것이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작품활동의 지속일까. "완벽한" 온습도가 유지되는 박물관에 서 있는 다비드들은 그것으로 박제가 된 것일까.

 

아래는 이어령이 자신과 백남준의 대화를 전한 내용이다.

한번은 내가 '자네 비디오 작품들 고장 나면 어떻게 해? 진공관 부서져'했더니 그러더군. '부서져야지. 영원히 안 남기려고 폐품 주워다 하는 거야."
예술가의 마지막은 쓰레기통이라는 거지. 사라져야 해. 그것을 화랑에 들이고 박물관에 진열하고 경매하고, 그건 상품이지.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열림원(2021)

 

변화를 두고 진화라고 할지 퇴화라고 할지 규정하는 것은 관점의 권능이다. 개선인지 훼손인지, 진보인지 퇴보인지. 이렇게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낯부끄럽다.

 

*

*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