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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 프란츠 카프카 저/이재 역 | 열린책들 | 2015년 03월 15일 | 원제 : Das Schloss (1926)
놀랍게도 날은 이미 저물어 칠흑같이 깜깜했다. 그렇게나 오랫동안 돌아다녔나? 그의 계산으로는 불과 한두 시간쯤이었는데. 게다가 그는 아침에 떠나지 않았던가. 시장기도 전혀 없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변함없이 대낮처럼 환했는데 지금은 어느새 깜깜했다. 「해가 짧구나, 해가 짧아.」 K는 혼자 중얼거리며 썰매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여관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갑자기 웃으면서 〈어쩌면 이 밑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죠〉라는 말과 함께 K 쪽으로 몸을 깊이 구부려 그에게 살짝 키스하고는 다시 벌떡 일어서더니 짐짓 상심한 듯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여기엔 없네요.」
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봐요. 그러면 가끔 전체 상황과 거의 일치하지 않는 기회가 생길 때도 있습니다. 평생 진이 빠져라 노력한 것보다 한마디의 말, 한순간의 눈빛, 한 번의 신뢰 표시로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그녀는 K에게 떨리는 손을 내밀며 자기 옆에 앉으라 하고는 떠듬떠듬 힘겹게 말을 이어 나갔는데,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그녀가 한 말은…….
1.
죽음으로 완성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완성 의지가 없는 채로 죽은 것으로 이야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K가 도달하고자 한 성은 체계가 갖춰진 것으로 여겨지지만, 외부에서는 그 내막을 결코 알 수 없다는 것 또한 성이 지닌 하나의 속성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런 비합리적인 특징은 작품 내에서도 '성'에 국한되지 않고 나타나며, 작품 전체에 대한 하나의 컨셉으로 자라나, 읽는 이의 정신을 곤두서게 한다.
2.
작품 전체에 대한 하나의 컨셉이 될 때,
비합리성은 또한 합리적인 분석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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